‘해방’이나 ‘독립’ 기념일을 국경일로 자축하는 나라-민족의 역사에는 식민지배의 그림자가 짙게 어른거린다. 대한민국이 그중 하나다. 세계사의 20세기 전반부 스토리보드에 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이웃 국가의 여러 식민지 중 하나로 스치듯 언급되던 이 나라는, 그 무명 혹은 도명(盜名)의 세월을 끝낸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 명명해 기려오고 있다. ‘영예롭게[光] 되찾은[復] 날’이라는 뜻의 광복은 ‘해방’의 기쁨에 ‘독립’국가의 염원을 포갠 명칭이다. 요컨대 8.15는 엄혹했던 식민 역사의 종지부인 동시에 명실상부한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셈이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의 24시간과 그 직후 3주간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해방된 조선인들이 이 땅에 통일된 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시작한 ‘건국 프로젝트’의 흥망이 다큐의 골자다. 연출자는 조선인 가미카제 문제에서부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숨겨진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친일과 혐일을 가로지르며 사태의 핵심을 움켜쥐는 글쓰기에 매진해온 ‘한일 관계의 사관(史官)’ 길윤형이다. 그는 강박에 가까운 자신의 취재벽에 힘입어 흩어진 사료와 증언을 차곡차곡 채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 통계나 자료사진만으로 구현하기 힘든 1945년 8-9월의 시공간과 그 속에서 벌어진 건국 프로젝트의 여정을 고스란히 재현해낸다. 75년 전 광복 그날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밝은 날인 동시에 가장 어두운 날이었다. 이후 26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한반도라는 공동체가 쟁취할 수 있었지만 끝끝내 좌초하고 만 어떤 정치적 상상, 역사적 가능성에 대한 가슴 아픈 회고다. 그 실패로 인해, 우리는 여전히 광복 이전에 있다. 오늘날에도 ‘26일 동안의 광복’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26일 동안의 광복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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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광복에 대해 잘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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